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숙소 앞 길 건너 밀면 맛집
부산 여행 마지막 날 아침 숙취로 깨어나지 못하는 친구 둘을 채찍질 한 끝에 겨우 침대 밖으로 끄집어냈다. 해장 메뉴로 돼지 국밥은 싫고 부산 와서 안 먹어본 메뉴 중에 밀면 맛집을 찾아보게 됐다. 이게 웬일이야? 숙소에서 골목 나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서면밀면 이라니 횡재한 기분이다. 평점도 높고 맛집에 필수요소 지역명에 메뉴명을 합친 상호. 서면밀면. 설명이 더 필요하냐 싶어 후다닥 가게를 찾아갔다. 역시 명성답게 횡단보도 너머에 보이는 밀면집 앞으로 벌써부터 오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보였다. 공휴일 월요일 아침에 문 열기 전부터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건 맛집이라는 소리인거지!
키오스크로 주문 후 선결제 방식
10:30 오픈 시간이 되자마자 차례를 기다려 키오스크로 메뉴를 주문했다. 나는 물밀면. 원래도 물냉면만 먹는 국물충이니까 고민할 것도 없다. 당연히 만두도 시켜야지. 만두충이니까. 부산 여행이 시작이 군만두였으니 마무리도 만두는 빠질 수 없다. 물밀면 둘에 비빔밀면 하나 만두 하나. 신기하게도 웨이팅이 항상 있는 식당이라 그런지 가게 밖에서 선결제를 하는 시스템이다. 불러주기 전까진 앉을 생각도 못하는 거다. 면 주문개수로 인원수를 파악하니 1인 1면 주문을 해야 한다고 쓰여있었다. 둘이 와서 하나만 시키면 한자리만 주는 거야? 그런 거야? 암튼 특이해.
메밀면을 재료로 쓰는 집들은 면수를 내주기도 하는데 이곳은 뜨끈하고 구수하고 깊은 맛에 고기 국물이다. 온육수 한모금 마시니 벌써 해장이 되는 기분이다. 한잔이 두 잔이 되고 두 잔이 세잔이 되려는 찰나. 식전에 물을 많이 마시지 말라는 밀면 맛있게 먹는 방법이 온육수 폭주를 멈춰 세운다.
가위는 처음에 앉자마자 같이 주시던데 가위로 자르지 말라니 이것 또한 특이하다. 맛있게 먹는 법을 알려주지만 어차피 너네는 따라 하지 않을 거니까 내가 가위를 처음부터 준다. 이런 거겠지? 역시나 일행들은 면을 자르긴 하더라. 자르지 말라고 하고 가위를 안 주면 안자를 것 같은데 자르지 말라고는 얘기하지만 가위가 테이블 위에 있으니 자르는 것 같은 합리적 의심이 드는 건 나뿐이겠지?
즉석에서 바로 뽑는 면
오픈하자마자 거의 네 번째로 입성했지만 이제 막 조리를 시작하는 주방을 보며 주문한 밀면이 나오길 기다린다. 즉석에서 면을 바로바로 뽑아 삶는 주방 모습을 보며 기대감이 쭉쭉 올라간다. 생애 첫 밀면이라니. 그동안 너무 부산하면 밀면. 부산하면 돼지국밥. 이런 사람들에 단정적인 말에 청개구리 심보로 먹는 걸 피해왔는지도 모르겠다.
간간한 육수에 매콤한 양념이 매력적인 물밀면
8,500원짜리 물밀면 등장. 푸짐한 면위로 무와 오이. 큼지막하게 한 숟갈 뜬것 같은 양념장위로 뽀얀 계란 반쪽. 화룡점정 깨 송송. 면을 한쪽으로 쓱 밀어 두고 재료들이 섞이긴 국물맛을 한번 본다. 싱겁게 먹는 내 기준으로는 간이 세다. 이제 면도 풀고 양념장도 풀어 다시 한번 국물맛을 본다. 맛있다. 자르지 않은 면을 한 젓가락 힘껏 들어 입으로 넣어본다. 역시 맛있다. 생애 첫 밀면 도전 성공. 간도 세고 자극적이고 면도 맛있고 양지 고기 고명이 면과 함께 주는 식감도 좋다.
매콤 달콤 양념 듬뿍 비벼 먹는 비빔밀면
비빔밀면은 맛보지 않아서 맛 설명은 생략. 그릇을 뒤덮은 양념이 맛을 자랑하는 폼이다.
여럿이 와서 시키기 좋은 만두
진하고 짭짤한 물밀면을 먹다가 고기만두 한 점으로 입안을 중화시켜 본다. 만두는 6,500원. 8개니까 알아서들 싸우면서 각자 한 개라도 더 먹으면 핵이득.
해장으로 너무 좋았던 밀면. 숙소를 나와 다시 부산역으로 돌아가 KTX를 타고 집으로 돌아간다. 이것저것 맛있는 것들만 먹고 돌아가는 부산 여행이었다. 이번에 못 먹은 이재모 피자는 다음 부산 여행 때 다시 도전해 봐야겠다.
서면밀면 위치
주소 : 부산 부산진구 서전로25 이오스프라자 1층
서면역 8번 출구 방향
영업시간 : 10:30 ~ 21:30 라스트오더 21:00
주차 : 건물 내 주차 가능 30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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